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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우 요괴,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감정을 나누는 시간
주말이면 아이와 도서관에 갑니다. 함께 책을 고르고, 도란도란 앉아 책장을 넘기는 시간은 아이와 나에게 특별한 힐링의 순간이죠. 책장을 넘기던 어느 날, 강렬한 붉은 표지의 그림책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우 요괴’. 제목에서부터 묘한 매력이 풍기는 이 책은 아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죠.
아이들은 여우라는 동물에 익숙해요. 자연관찰책이나 동물 도감에도 자주 등장하죠. 거기에 요즘 도깨비나 귀신 이야기에 관심이 많은 우리 아이에게 ‘요괴’라는 단어는 또 다른 호기심을 유발했어요. 그렇게 아무런 계획 없이 들른 도서관에서 <여우 요괴>라는 보석 같은 책을 만났습니다.
🟥 강렬한 표지, 이야기의 분위기를 말하다
책의 표지는 앞뒤가 모두 빨간색이에요. 글씨는 검은색이고, 제목은 세로로 되어 있어요.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표지에는 주인공인 여우가 등장하지 않아요. 대신 갓을 쓴 사람의 그림자 같은 형상이 등장하죠. 그 시각적 구성이 주는 분위기는 으스스하면서도 뭔가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 것 같은 느낌을 주었어요.
아이에게는 단순히 '강렬한 색감'이 흥미롭게 느껴졌겠지만, 어른의 시선에서는 여우 요괴라는 존재가 지닌 상징성과 긴장감이 표지를 통해 고스란히 전달되더군요.
🦊 전통 설화를 재해석한 정진호 작가의 세계관
정진호 작가의 그림책은 항상 현실과 환상을 경계 없이 넘나듭니다. <여우 요괴>는 전래 설화로 익숙한 ‘구미호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에서 풀어낸 작품이에요. 여우가 사람의 간을 천 개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전통적인 설정은 유지되지만,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이야기의 중심에는 한 선비가 등장합니다. 간을 노리는 여우 요괴와 지혜로운 선비가 만나 펼치는 줄거리는 기존의 ‘사냥자 vs 먹이’ 구조가 아닌, 공존과 이해의 방향으로 나아가요. 선비는 꾀를 내고, 여우는 그 지혜에 감복하죠. 결국 두 존재는 결혼하게 되고, 함께 늙어갑니다. 그 과정 속에서 '요괴'라는 존재가 지닌 인간적인 감정들이 서서히 드러나요.
📚 이야기 줄거리 – 구미호의 시선으로 다시 쓰인 전래 이야기
<여우 요괴>는 전통 설화 속 구미호 이야기를 모티프로 삼고 있어요.
책의 시작은 오싹한 분위기 속에서 출발합니다.
여우는 인간의 간을 천 개 먹으면 소원을 이룰 수 있다는 이야기를 따라, 사람들을 속이고 간을 수집하고 있어요. 그러던 중, 우연히 한 지혜로운 선비를 만나게 돼요. 여우는 처음엔 선비의 간을 노리지만, 선비의 기지를 만나면서 점점 그의 인간적인 면모에 끌리게 됩니다.
그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며, 서로를 이해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죠. 여우 요괴와 선비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하지만 세월은 피할 수 없어요. 선비는 늙고 병들어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여우 요괴는 깊은 슬픔에 잠깁니다. 그는 선비의 간을 마지막으로 먹게 되면서 간의 수가 천 개를 채우게 되고, 드디어 소원을 빌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돼요.
여기서 독자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하게 됩니다.
“과연 여우 요괴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책의 마지막 장면에서 여우는 뜻밖의 소원을 빕니다. 그것은 복수도, 힘도, 불멸도 아닌... 아주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소원이죠. 이 장면은 독자에게 큰 울림과 생각거리를 남기며 마무리됩니다.
🧠 아이와 나눈 깊이 있는 이야기들
이 책을 읽고 난 뒤, 아이와 함께 여러 이야기를 나눴어요.
“여우 요괴의 진짜 소원은 뭐였을까?”
책의 마지막에서 여우는 선비의 간을 먹고 천 개를 채웁니다. 드디어 소원을 빌 수 있게 된 순간, 여우가 소원을 말하는 장면은 독자에게 깊은 울림을 주죠. 그 소원은 단순히 욕망이나 권력이 아닌, 감정과 연결된 것이었어요.
아이에게 물어봤어요. “여우는 왜 그 소원을 빌었을까?” 아이는 고민하다가 이렇게 말하더군요. “혼자 남기 싫어서.” 아이의 짧은 대답 속에 이 책이 담고 있는 주제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어요.
🎨 감각적인 비주얼과 색의 미학
<여우 요괴>는 단순한 스토리텔링을 넘어, 시각적으로도 뛰어난 작품이에요. 사용된 색은 주로 검정, 흰색, 붉은색이에요. 여백을 활용한 구도와 선의 절제, 그리고 붉은 눈을 가진 여우의 모습은 어린이들에게는 공포와 호기심을, 어른들에게는 깊은 상징성을 전달해요.
그림책이라는 장르에서, 정진호 작가는 단어보다는 이미지로 이야기하는 법을 잘 알고 있어요. 아이가 그림 한 장 한 장을 보며 이야기를 상상하고,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구성된 이 책은 ‘그림책’이라는 매체의 본질을 잘 보여줍니다.
💬 여우는 정말 나쁜 존재일까?
전통적으로 여우는 ‘간을 먹는 요괴’, ‘사람을 홀리는 존재’로 그려졌어요. 하지만 <여우 요괴>에서는 그 프레임이 뒤집힙니다. 위험한 존재로 시작한 여우가, 결국엔 ‘사랑’, ‘슬픔’, ‘그리움’을 지닌 존재로 변화해 가죠. 아이와 함께 “겉모습과 속마음은 같을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나누기에 정말 좋은 소재였어요.
이런 대화를 통해, 아이는 자연스럽게 ‘공감’과 ‘이해’라는 감정을 배우게 되는 거죠.
📝 결론 – 감정을 나누는 책, 여우 요괴
정진호 작가의 <여우 요괴>는 단순한 전래동화가 아닙니다. 그것은 전통을 기반으로 하지만 현대적 감성과 철학을 담고 있으며, 어른과 아이 모두가 읽으며 감정에 대해 토론할 수 있는 책이에요.
주말에 아이와 함께 책을 고르고, 함께 읽으며 감정을 공유하고 대화할 수 있다는 것은 그 자체로 아주 큰 교육입니다. 여우 요괴는 그런 시간을 더욱 깊고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좋은 동반자가 되어주었습니다.
혹시 아이와 함께 읽을 그림책을 찾고 있다면, 그리고 단순한 재미를 넘어서 깊은 이야기와 감정을 나누고 싶다면, <여우 요괴>를 강력히 추천드립니다.
전래동화를 새롭게 재해석한 그림책 『여우 요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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